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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일을 맞아 친구들이 머리를 해 주기로 했다.
머리를 해 봤자 흰머리가 많으니 간단히 염색하고 숱이나 치고 앞머리만 만들 생각이었다.
그런데 정작 가 보니 머리를 할 나를 제끼고 친구와 미용사가 상담하더니 어깨길이의 단발을 바글바글 볶아버리기로 결정.
그래, 뭐 한번쯤 머리 볶는거야 뭐 대수냐.
별 생각 안하고 오케이.
단, 대학시절 파마 경험상 파마가 잘 안먹는 머리임을 미리 경고했다.
같이 간 친구도 머리를 하기로 하고 샴푸를 하고 숱을 치고 샴푸를 하고 파마기를 말았다.
친구는 스트레이트 + 컬 파마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거란다.
그러려니 했다.
그리고 멍하니 가져다준 잡지책을 보고 있는데 뭔가 이상하다.
이렇게 오래 걸릴거라고 생각 안했는데 꽤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.
친구를 돌아보니 친구는 벌써 스트레이트 파마를 끝내고 샴푸를 하고 컬파마를 말고 있다.
음? 원래 열파마라는건 시간이 오래 걸리나? 라고 생각한것도 잠시.
친구의 컬파마가 거의 끝나갈 무렵 내 파마롤을 푸는데 미용사의 표정이 이상하다.
"AS 해드리니까 다음주에 날을 잡으시죠?"
.. 아뿔사...
이 미용실에서 가장 가는 파마롤을 가지고 머리카락의 한계까지 장시간을 열을 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는 세팅이 끝난 그 시점부터 이미 파마가 풀리고 있었다.
빌어먹을 머리카락을 욕하며 다음주를 기약했다.
그리고 이틀뒤, 머리는 마치 파마 석달은 하고 방치한 것처럼 부시시하게 변해버렸다 =_=;
그 다음주 As를 받으러 가자마자 미용사가 물어보는 것이 '며칠갔어요?'...
이틀 갔다고 하니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이다.
내 머리는 열파마가 안먹는것 같으니 약품 파마를 해 보잔다.
약품파마는 그나마 좀 먹은것 같았다.
미용사의 표정이 나름 좋았으니.
"염색이나 할까 해요."
내 말에 미용사는 반색을 하며 지금은 두피가 많이 상해서 안되고 다음주쯤에 꼭 오란다.
내 머리가 어떻게 되어 있을지 궁금하단다 =_=;;;
이번에는 그래도 오래갔다.
사흘쯤 뒤부터 풀리기 시작해서 일주일째에는 부시시해져버렸다...
중간중간 헤어 에센스와 드라이 신공을 열심히 했음에도 풀리는 머리카락 때문에 일주일만에 나는 머리 손질을 그만둬버렸다;;;
...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어째서 뭔가를 익혀도 매번 리셋이 되어버리는지 ;;;
매번 일을 할 때마다 전에 분명했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머릿속이 하얗게 표백되는 기분이 되는지...
이놈의 리셋 스위치가 발동할 때마다 멍 하니 패닉상태가 되었다가 어떻게든 다시 일을 시작한다.
어찌되었든 나한테 있는건 열심히 하는것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.
난 어찌되었든 열심히 하고 싶다.
자신이 할 수 있는곳까지는 하고 싶다.
할 수 있다면 평생 일을 하고싶다고 생각한다.
그래서 매번 고민하고 망설이고 한심하고 도망가고 싶어도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.
그러니 역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.
요즘 세상 눈치도 없이 열심히만 하는것만으로는 모자라다고 하지만 할 수 있는데까지는 하자.
(...근데 가끔 생각하지만 내가 정말 열심히 하고는 있는건지 참 궁금하다. 주변에 성실하지 않고 덜렁이로만 보이는게 아닐까 걱정...)